교육에 감정까지 더한 돌봄…시니어학교 박형래 원장의 ‘존중 케어’
[요양뉴스=전형수 기자]어르신이 하루를 보내는 공간은 단순히 보호받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배우고, 웃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회생활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시니어학교 박형래 원장의 생각이다.박 원장은 인지·신체 프로그램에 정서 관리까지 접목하며 시니어학교만의 돌봄 방식을 만들어왔다. 특히 치매 어르신에게도 일방적인 보호보다는 존중과 선택, 즐거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어르신들이 배우고 소통하며 편안한 하루를 보내는 시니어학교 전경(사진=요양뉴스)치매극복선도단체 경험, 전문적인 치매 돌봄으로 이어져시니어학교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오랜 기간 쌓아온 치매 돌봄 경험이다. 앞서 강동구에서 운영한 시니어학교는 당시 강동구 내 유일한 ‘치매극복선도단체’로 지정돼 치매안심센터 및 구청과 다양한 협력 활동을 진행했다.치매극복선도단체는 구성원이 치매파트너 교육을 이수하고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을 배려하며, 지역사회에 치매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기관이다.시니어학교 역시 치매안심센터의 제안으로 협약을 맺고 관련 교육과 활동을 확대했다. 구민회관과 보건소 등에서 열리는 전시와 행사에도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치매 인식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경험은 보호자에게 기관을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됐고, 현재의 특화된 인지교육을 만드는 밑바탕도 됐다.시니어학교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문제풀이식 인지훈련과는 거리가 있다. 패션과 미술, 이야기를 접목한 ‘안티에이징’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돌이 입은 한복을 함께 살펴본 뒤 한지를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움직이는 활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인지 자극을 돕는다.‘K할매·K할배’를 콘셉트로 한 K-뷰티 활동도 진행한다. 팩이나 피부 관리 등을 통해 외모를 가꾸면서 어르신들이 자신을 돌보고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박 원장은 “치매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단순하게 할 필요는 없다”며 어르신들도 새로운 문화와 아름다움, 재미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직접 ‘앱’까지 만들어 밀착 관리시니어학교가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은 ‘감정’이다.박 원장은 인지 기능만큼이나 어르신의 정서 상태가 하루의 생활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감정케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처음 정서 케어를 강화하자고 제안했을 때 일부 직원들은 다소 낯설어했지만, 우울감과 불안 등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이 어르신 돌봄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이를 위해 감정 상태를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어 6월부터 활용하고 있다. 어르신의 감정과 상태를 하루 세 차례 확인하고, 감정 상태를 10가지 유형으로 나눠 변화를 살핀다.한 달 동안 축적된 내용은 건강·신체·정서 세 영역으로 정리해 보호자에게 전달한다. 보호자는 단순히 “오늘 잘 지냈다”는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님의 감정이 한 달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감정케어 수업도 주 1회 운영한다.신체활동도 비중 있게 구성했다. 스모비를 활용한 운동은 주 3회 진행하며 어르신들의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스모비는 손잡이가 달린 링 형태의 운동기구로 근육과 균형감각, 유연성에 도움이 되는 운동기구다. 박 원장은 특히 움직임이 불편하거나 파킨슨 증상이 있는 어르신들의 신체활동을 돕는 데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관절에 부담을 줄이면서도 운동효과가 큰 슬링플레이와 필라테스 기구 등을 이용한 걷기와 움직임 훈련도 병행한다. 수업 참여가 어려운 어르신에게 무리하게 활동을 권하지 않는다. 휴식이 필요하면 물리치료실 등에서 쉬도록 하고, 참여가 가능한 경우 직원이 옆에서 밀착해 활동을 돕는다.하루 일과에도 이러한 운영 철학이 녹아 있다. 센터에 도착하면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간호 인력이 건강 상태를 살핀다. 발 마사지와 신체활동, 물리치료실에서의 휴식 등을 거쳐 오전 프로그램을 시작한다.오전에는 그림 등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직접 고르는 자유선택 시간도 있다. 수업 시작은 음악으로 알리고 하루를 마칠 때는 종례를 한다. 어르신들이 돌아가며 서로에게 인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어르신의 편안한 하루를 위해 세심하게 마련된 시니어학교 내부 공간(사진=요양뉴스)어르신을 존중하고, 직원은 서로 돕는 돌봄새로운 어르신이 센터에 오면 처음 약 3일간 개인별 관찰일지를 작성한다. 매일 아침 회의를 통해 성격과 인지·신체 상태, 좋아하는 활동, 적응 정도를 직원들이 공유하고 이를 프로그램 참여 방식에 반영한다.처음에는 낯선 환경 때문에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이때 억지로 적응시키기보다는 직원이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을 함께하며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박 원장은 세심하게 밀착해 돌볼 경우 상당수 어르신이 비교적 빠르게 센터 생활에 적응한다고 설명했다.송영에서도 가장 먼저 강조하는 원칙은 안전이다. 안전벨트 착용과 낙상 예방, 서행과 양보운전을 반복해서 교육한다. 기관 이름을 달고 운행하는 차량인 만큼 운전자의 행동 역시 센터가 제공하는 돌봄의 일부라는 생각에서다.직원을 채용할 때는 경력만큼 긍정적인 태도와 에너지를 중요하게 본다. 어르신에게 밝은 기운을 전달하고 함께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살핀다. 신규 요양보호사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 역시 ‘어르신에 대한 존중’과 ‘즐겁게 일하는 자세’다.직원 사이의 협력도 중요하다. 자신의 일만 구분하기보다 일이 많은 동료가 있다면 먼저 손을 내미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박 원장은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원을 이루듯 서로 조금씩 돕다 보면 결국 모두의 일이 편해진다”며 “어르신에게 좋은 돌봄을 제공하려면 직원들부터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그가 돌봄의 기준으로 ‘존중 케어’를 선택한 데에는 어르신 세대에 대한 존경이 자리하고 있다.“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들어온 분들이잖아요. 치매가 생기면 결국 다 잊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희미해져도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의 따뜻한 감정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우리와 함께했던 시간을 행복하게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박 원장에게 이번 시니어학교 개원은 세 번째 도전이다. 방송작가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처음부터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돌봄에 적극적으로 접목해왔다. 기존 시설과 다른 시도를 두고 우려도 있었지만, 어르신에게도 수준 높은 교육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다.세 곳의 센터 역시 똑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하기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같은 수업도 다른 느낌’으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강남 센터에서는 그동안 축적한 치매 돌봄과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과 정서·신체 관리가 함께 이루어지는 한 단계 더 세밀한 돌봄을 만들어가고 있다.'존중 케어'를 중심으로 시니어학교만의 돌봄 문화를 만들어가는 박형래 원장(사진=요양뉴스)